폭염 삼중고 — 한국 축산농가의 2026 여름 생존기
2026년 7월, 한국의 축산농가는 세 가지 악조건이 동시에 몰아치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기록적인 폭염, 치솟는 축산물 가격, 그리고 사료값 급등이다. 초복을 앞둔 이 시점, 전국 축산 현장의 비상 상황을 짚어본다.
삼중고의 구조: 폭염·고물가·사료 파동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26개월 만에 3%대를 돌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축산물 가격 상승이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축산물은 '물가 불안'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7월 본격적인 폭염이 더해지면서 농가의 실질적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정리한 최근 축산물 가격 동향을 보면, 한우 도체가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닭고기는 30%, 계란은 11% 각각 올랐다. 계란 10개입 가격은 4,000원대에 진입해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료값 급등과 폭염 피해라는 비용 증가가 버티고 있다. 농협사료는 7.9% 인상되었고, 국제 곡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배합·조사료 전방위 가격 폭등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상승분이 사료비 증가분을 상쇄하지 못하는 구조다.
축산별 현장: 한우·산란계·양돈의 여름
한우: "선풍기만 돌려도 한숨"
전북 정읍의 한우 사육농가 김모 씨(58)는 이번 여름이 유난히 긴장된다. "작년에 한 마리를 고온 스트레스로 잃은 뒤로, 7월만 되면 잠이 안 와요. 팬 설치하고 선풍기 돌려도 체감온도가 30도를 넘으면 소들이 먹이를 안 먹어요."
고온 스트레스로 한우의 섭취량이 줄어들면 체중 증가가 멈추고, 심하면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번식 성적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축산기술연구소에 따르면, 한우의 적정 온도는 5~25℃ 수준이며, 30℃를 넘어서면 섭취량이 10~15%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스트레스 완화제 공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 정읍시는 27억 원 규모의 스트레스 완화제를 한우 사육농가에 무상 공급하고 있다. 청주시 역시 성장 둔화 억제를 위한 완화제 지원을 실시했다. 전북도 전체로는 16억 원의 예비비를 폭염 대응에 편성했다.
산란계: "계란값 오른다고 좋아할 형편이 아니다"
전남 나주의 산란계 농가 박모 씨(52)는 폭염이 산란계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계란값이 4,000원대라고 좋아할 형편이 아니에요. 온도만 올라가면 산란률이 확 떨어지는데, 한계온도 넘으면 하루에 20% 넘게 감소할 때도 있어요. 그만큼 닭을 더 많이 키워야 하는데, 사료값은 또 오르고요."
고온에서 산란률은 급감하고, 사료 효율은 떨어진다. 여름철 산란계 사육은 기온 관리가 생존과 직결된다. 산란계의 경우 체온 조절 능력이 한우보다 더 제한적이어서, 환경 관리에 드는 비용이 여름철 경영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민생안정지원단이 계란·축산물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시장 불안을 잡기 위한 조치다. 하림 부화장 수급 점검도 동시에 진행되어, 닭고기·계란 수급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인지도를 보여준다.
닭고기: 폐사율 급증의 현실
닭고기 가격 30% 인상에는 폭염에 따른 폐사율 증가와 사료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육용계의 경우 체감온도가 33℃를 초과하면 폐사율이 급격히 상승하며, 35℃ 이상에서는 일일 폐사율이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 여름철 온도 스트레스는 닭의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질병 감수성도 높인다.
경북 김천의 broiler 농가 이모 씨(45)는 "올여름 폐사율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확실히 높아요. 쿨링패드를 24시간 가동하는데도 온도가 안 잡혀요. 한 농가가 단기에 마리 수 십 마리를 잃어도 공급망에 바로 타격이 가는 구조"라고 전했다.
지자체의 총력전
전남은 3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발표했고, 경기도는 전방위 폭염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울주군은 현장 점검에 나섰고, 정선군은 사료 인상액을 보조하는 등 중앙 정부 외에도 지자체 차원의 자체 대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북과 전남에서 보도된 농가 현장 상황은 비상에 가깝다. 전남 영암군의 양돈농가 최모 씨(61)는 "팬만 10대 돌려도 돼지들이 구석에 몰려 있어요. 전기료가 한 달에 백만 원 넘게 나오는데, 이게 당장 버티면 버티는 거지, 다음 달엔 또 사료값 오르면 어떡하나 걱정"이라며 현장의 막막함을 전했다.
농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폭염 피해 한계를 넘어서면서,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대응과 전망
정부 민생안정지원단은 축산물 가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폭염은 기후 현상이므로, 단기 수급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7월 15일 초복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삼복 더위가 시작된다. 8월 말까지 이어지는 폭염 기간 동안 축산농가의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료값 안정화, 폭염 피해 보상 확대, 장기적인 축산 기후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농가의 생존은 여름철 온도 관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관리 비용이 가격으로 정당하게 전달될 수 있는지가, 2026년 한국 축산업의 여름 시험대를 결정할 것이다.
정육점 경영에 미치는 축산물 가격 변동의 영향은 정육점 원가관리 가이드에서, 유통 과정의 온도 관리 기준은 콜드체인 유통 시스템 가이드에서, 위생 관리 체계는 HACCP 위생 관리 가이드에서 각각 자세히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