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은 이제 누가 정하나 — 기준가격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166원 + 웃돈 70원'
7월 29일, 협회에 내려진 '설립허가 취소'
2026년 7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단법인 대한산란계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법적 근거는 민법 제38조다. 협회는 2023년 1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고, 그 조건에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계란 산지가격을 결정·통지하지 않을 것"이 들어 있었다. 농식품부는 협회가 이 조건을 위반해 2026년 1월 21일까지 회원에게 산지가격을 결정해 통지한 것으로 확인했다. 허가 취소에 앞서 7월 15일 청문 절차가 열렸다. (헤럴드경제·축산신문)
다만 이 사건에서 실무자가 눈여겨볼 대목은 한 단체에 대한 행정처분 자체가 아니다. 협회가 정해 알리던 '기준가격'이 계란 산지—농장이 유통업체로 출하하는 단계—에서 사실상의 가격 기준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기준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멈췄으며, 지금은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지가 이 글의 주제다. (소비자 가격과 수입란 쪽 사정은 에그플레이션 3개월 — 계란값 7000원대, 수입란이 해결책일까에서 따로 짚었다.)
협회 기준가격은 '앞으로 받을 값'이었다
먼저 짚어둘 것이 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오래된 조직이 아니다. 2023년 1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기준가격 결정·통지 행위도 바로 그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의 일이다.
방식은 이랬다. 협회의 지역별 특별위원회가 수시로 각 지역의 계란 중량별 기준가격을 정해 구성사업자에게 통지했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지역 특별위원회 위원장들이 일부 농가를 만나 수급 동향과 실거래가를 간단히 조사한 뒤, "어느 정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반영해 기준가격을 설정하는 식이었다.
여기서 이 사안의 성격이 갈린다. 공정위가 브리핑에서 정리한 대비가 명확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표하는 가격은 과거에 실제 거래된 가격이고, 협회가 발표하던 기준가격은 앞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값이었다. 하나는 사후 통계이고, 다른 하나는 선행 지표였던 셈이다.
공정위는 이 선행 지표가 사업자단체가 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성사업자들이 통지받은 기준가격의 영향을 받아 실제 거래가격을 정한 결과, 실거래가가 협회 기준가격과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직접 합의한 정황이나 증거는 없었고, 협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해 통지하면 소속 사업자들이 그 영향을 받아 유사하게 가격을 정한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심의결과 브리핑)
왜 멈췄나: 2025년 6월 조사부터 제재까지
- 2025년 6월 16일 — 공정위가 계란 가격 담합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농어민신문)
- 2025년 9~11월 — 정부가 참여한 '계란가격조정협의체'가 운영됐으나 중단됐다. (한국농어민신문)
- 2025년 11월 19일 — 협회가 고시한 특란 산지 기준가격 166원/개가 사실상 마지막 고시가가 됐다. (한국농어민신문)
- 2026년 1월 — 공정위가 본 위반행위, 즉 가격을 결정해 구성사업자에게 통지하는 행위가 종료됐다. (공정위 심의결과 브리핑)
- 2026년 5월 14일 — 공정위가 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9,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 심의결과 브리핑)
- 2026년 7월 29일 — 농식품부가 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헤럴드경제·축산신문)
마지막 고시가 나온 시점(2025년 11월)과 공정위가 본 행위 종료 시점(2026년 1월)이 다른데, 협회의 대외 고시와 회원 통지가 같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읽힌다.
과징금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산정 방식에 따라 협회 예산(2026년도 총회 의결 기준 약 8억 원)을 놓고 매겨졌다. 중대한 위반으로 55%를 적용한 뒤 위반 기간이 3년을 조금 넘겨 50%가 가산됐고, 조사 협조로 10%가 감경됐다. 시정명령에는 향후금지명령, 구성사업자에 대한 법위반사실 통지명령, 임직원 교육명령이 담겼다.
공정위는 위반 기간인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협회가 기준가격을 9.4% 인상했고, 같은 기간 사료비 등 원란 생산비는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준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이 "소비자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중에 하나로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공정위 스스로도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이 1:1로 매칭되지는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같은 기간 수도권 계란 소비자가격은 한 판 6,491원에서 6,792원으로 4.6% 올랐다. (공정위 심의결과 브리핑)
지금은 무엇으로 정해지나: '166원의 유령'과 웃돈 70원
국민일보(2026년 7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협회 고시가 끊긴 뒤에도 2025년 11월 19일의 166원을 기준선처럼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웃돈(프리미엄) 70원을 얹은 236원이 실제 협상 기준으로 굳어졌고, 이 구도가 "한 달 넘게" 유지됐다는 것이 해당 보도의 관찰이다. 166원+70원=236원이라는 수치와 고정 기간은 국민일보 보도에서 나온 것으로, 본지가 독립적으로 확인한 값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계란 산지에서 공식 가격 정보가 통째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는 실제 거래된 산지가격을 계속 조사해 공표하고 있다. 사라진 것은 '앞으로 이 값을 받자'는 쪽, 즉 선행 기준이다. 그런데 그 자리를 새 지표가 아니라 8개월 넘게 갱신되지 않은 옛 고시가와, 근거를 아무도 공개하지 않는 웃돈이 메우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참고로 한국농어민신문(2026년 3월 20일)은 같은 해 3월 17일 기준 특란 생산비를 약 182원/개, 산지가를 5,363원/30구로 전했다. 30구 기준 산지가를 한 알로 환산하면 약 179원으로, 이 시점에는 산지가가 생산비를 밑돌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3월 한 시점의 수치이고 8월 현재 값이 아니며, 협회 기준가격(166원)과는 조사 주체와 성격이 다른 별개 계열이라 그대로 견주기 어렵다. 최신값은 축산유통정보(ekape.or.kr)나 aT KAMIS에서 확인일을 명시해 따져봐야 한다.
협회는 뭐라고 하나
협회가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협회는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법인 지위는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신문) 허가 취소의 효력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협회는 가격 통지를 금지한 허가 조건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헤럴드경제) 공정위 과징금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은 8월 20일 열릴 예정이다. (축산신문) 사안은 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고, 본지는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는다.
남은 질문: 선행 지표의 빈자리를 무엇이 메울 것인가
공백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은 아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농림축산식품부가 생산자단체 주도의 가격결정 행위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전문 연구기관 또는 공공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산지 가격을 조사·발표하겠다는 정책 발표와도 방향성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사업자단체가 정하던 자리를 공공이 조사·발표하는 방식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그 체계가 언제 어떤 형태로 가동되는지, 조사 주체가 어디가 되는지는 아직 공개된 일정이 없다. 그 사이의 실무는 여전히 옛 고시가와 웃돈으로 돌아가고 있다. 남는 질문은 이렇다.
- 공공기관 산지가격 조사·발표 체계는 언제 가동되며, 사후 실거래가 통계와 무엇이 다른가.
- 그때까지 시장은 166원이라는 '유령'을 얼마나 더 기준점으로 삼을 것인가.
- 웃돈 70원의 근거는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행정소송 결과와 8월 20일 첫 재판, 그리고 정부가 예고한 가격조사 체계가 각각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계란 산지가격의 기준점이 다시 짜인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대한산란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의 심의결과」 브리핑, 2026-05-14. 전문: https://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761559
- 헤럴드경제, 산란계협회 설립허가 취소·허가 조건 관련 보도, 2026-07-29.
- 축산신문, 산란계협회 제재·청문·집행정지·재판 관련 보도, 2026-07-31.
- 한국농어민신문, 계란 산지가격·생산비·공정위 조사 착수·조정협의체 관련 보도, 2026-03-20.
- 국민일보, 「특란 한 알 166원+70원… '웃돈'에 움직이는 계란 시장」,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