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7000원대 석 달째 — 올해 수입란 2억 3,000만 개 투입에도 안 잡히는 이유
계란 한 판의 가격이 세 달째 7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5월 특란 30구 소비자가격이 7,404원을 기록한 이후 6월 7,496원, 7월에는 7,511원으로 소폭 오르며 평년 가격(6,830원)을 웃돌고 있다(축산물품질평가원, 7월 17일 기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7.1% 비싼 수준이다.
정부가 총 1,2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미국·태국·브라질에서 신선란 2억 3,139만 개를 수입하는 중인데도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원인 1: AI 살처분, 5년 만에 최대 규모
가장 큰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다. 2025~2026년 동절기 AI 확산으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2020~2021년 겨울(1,696만 마리)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AI 발생 건수는 60건에 육박해 역대 최다 기록이다.
산란계 살처분이 400만 마리를 넘으면 계란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이 온다. 이번엔 그 두 배를 훌쩍 넘겼다. 게다가 살처분된 농장을 복구하려면 병아리부터 키워 알을 낳는 데까지 최소 5~6개월이 걸린다. 유통구조상 이 공급 공백이 단기에 메워질 수 없다.
원인 2: 산란계협회, 근거 없는 가격 고시
공급 부족 외에도 계란값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도매시장 경매 대신, 산란계농가 협회가 60년 넘게 산지 기준가격을 직접 정해 통지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대한산란계협회가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지역별·중량별 기준가격을 구체적 산출 근거 없이 정해 회원 농가에 통지한 행위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판단했다. 산지 기준가격은 2년 사이 9.4% 올랐고, 협회 산하 도매상의 1구당 마진은 2023년 781원에서 2025년 1,440원으로 거의 두 배 늘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9,400만원을 부과했다.
다만 산란계협회 측은 "기준가격은 참고치일 뿐 강제성이 없으며, 계란값 상승의 실제 원인은 수급 불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농식품부의 계란값 인하 요청을 거절했다가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된 것이라며 '보복성 조사'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가격 결정 구조를 둘러싼 이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수입란 정책: 돈은 쓴 데 효과는 제한적
정부의 대응은 수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 초까지 미국·태국·브라질산 신선란 3,139만 개를 수입하는 데 215억원을 썼고, 7월부터 8월까지 2억 개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제빵용 액란 할당관세 물량도 4,000톤에서 8,000톤으로 늘렸다.
하지만 수입란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미국산은 현지에서도 AI가 확산돼 수입 차질이 잦았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미국산 수입란이 품절되기도 했다. 미국의 301조 관세(브라질산 25% 부과)로 브라질 수입란의 원가도 올랐다. 게다가 올해 수입량이 한국의 하루 계란 소비량(약 5,000만 개)의 4일 분에 불과하다. 단기 수급 완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가격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수입란을 둘러싼 소비자 반응도 엇갈린다. 원산지 표시 의무화로 국내산과 수입산이 구분되지만, 수입산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존재하는 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수입산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중국산과 섞이는 건 아닌가" 등의 우려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반면 가격 부담이 큰 식당이나 제과업체에서는 수입란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수입란이 30구당 5,000~6,000원 수준에 공급되더라도, "알이 작다", "맛이 다르다"는 인식 때문에 국내산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수입란은 가격 안정의 '신호탄' 역할은 하지만, 소비자 선택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자급률과 수입 의존 — 임계점에 다가온 한국 계란
한국의 계란 자급률은 정상적인 해에는 97~99% 수준으로, 주요 축산물 중에서도 자급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돼지고기(100% 이상), 우유(95% 이상)와 함께 사실상 자급이 가능한 품목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HPAI가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면서 이 자급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2024년 동절기에도 산란계 4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고, 2025~2026년에는 그 세 배가 넘는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AI가 창궐하지 않는 해에도 수입란이 들어오지 않던 한국이, 이제는 매년 겨울마다 긴급 수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879만 마리로 전년 대비 1.4% 늘었고, 상반기 신규 입식도 512만 마리에 달했다. 정부는 7월 이후 일일 생산량이 4,700만 개에서 4,900만 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AI가 매년 겨울 되풀이되는 한,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일본의 계란 단품 소비자물가지수는 2026년 4월 기준 전년 대비 10.9% 상승(5년 누적 +110%)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양국 모두 AI 피해와 유통 구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망: 하반기에 안정될까
정부는 상반기에 입식한 산란계 512만 마리가 7월부터 산란을 시작하면서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일일 생산량이 8월에 4,952만 개에 달하면, 수입란 투입 효과와 더불어 가격 안정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가장 큰 변수는 가을~겨울 HPAI 재확산 가능성이다. 지난 5년간 AI는 매년 겨울마다 돌아왔고, 규모는 점점 커졌다. 이번에도 방역에 구멍이 생기면 공급 기반이 다시 흔들린다. 여기에 환율과 국제 곡물가 추이에 따른 사료 원가 변동성, 공정위 제재 이후 산란계협회 가격 고시 관행의 불확실성도 더해진다.
7월 초 경북 예천에서 11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점도 예상치 못한 변수다. 계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축산 전반의 방역 강화로 사료 수급 차질과 물류비 상승 등 간접적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방역당국은 이미 최고 단계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7월 현재 계란값은 여전히 평년보다 10%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 계란찜이 유료로 바뀌고, 급식 업계에서 계란 대신 두부와 버섯으로 반찬을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마당, 언제쯤 평년 수준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
연도별 계란값 추이 (특란 30구, 소비자가)
| 시점 | 가격(원) | 비고 |
|---|---|---|
| 2021년 | ~8,000원대 | AI 대란 직후 역대 최고 |
| 2022년 | 6,000원대 중반 | 수급 정상화 |
| 2023년 | 5,000원대 후반 | 안정 구간 |
| 2024년 | 6,000원대 초반 | 점진 상승 |
| 2025년 5월 | ~6,029원 | |
| 2026년 3~4월 | 7,045원 | 4년 만에 7,000원 돌파, 전년 대비 +16~21% |
| 2026년 5월 | 7,404원 | 본격적 7000원대 진입 |
| 2026년 6월 | 7,496원 | |
| 2026년 7월 | 7,511원 | 평년(6,830원) 대비 +10% |
국내산 vs 수입산 계란 비교
| 구분 | 국내산 | 수입산 (미국/태국/브라질) |
|---|---|---|
| 원산지 표시 | 한국 | 국가별 명시 |
| 신선도 | 산란 후 1~3일 내 유통 | 선적 후 2~4주 소요 |
| 가격 | 30구 7,500원 안팎 | 공적 수입가 공급 (시중가 저렴) |
| 규격 | 대한양계협회 분류(왕란·특란·대란 등) | 수출국 규격 기준 |
| 방역 | 국내 검역 통과 | 수입 검역 통과 |
| 인지도 | 소비자 선호도 높음 | 거부감 일부 존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