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 소고기·돼지고기 수급 전망과 정육점 가격 방향
상반기 축산물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환율과 유가의 엇박자'였다. 7월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까지 내려왔다. SK하이닉스 ADR 발행에 따른 달러 유입으로 이달 원화 절상률은 +4.27%로 주요국 중 1위, 3년 8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수입육과 사료곡물 원가 부담이 줄어드는 호재다.
반면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88~90달러까지 육박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7일째 확전에 홍해(바브엘만데브) 항로 위협까지 더해졌다. 이중 위기 속에 정부는 석유 매점매석 금지를 9월 12일까지 연장했다. 유가가 사료 수송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하다.
이 복합 장면 속에서 하반기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수급 지형은 정반대 방향을 그리고 있다.
한우: 공급 축소가 이끄는 가격 상승, 저점은 202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26년 한우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약 8% 감소한 86만 2,000마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12월 기준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333만 4,000마리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으며, 사육 농장수도 7만 7,000 농장으로 5.6% 줄었다. 2022년 최대 이후 감소세가 4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공급 감소는 가격에 직결된다. 2025년 한우 거세우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9.4% 상승한 19,645원/kg이었다. 2026년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0% 상승한 21,987원/kg를 기록했다. KREI는 연간 거세우 평균 가격을 2만 원~2만 1,000원/kg 수준으로 전망한다.
정육점 입장에서 주목할 대목은 송아지 산지가격 급등이다. 2026년 2월 평균 송아지 가격은 전년 대비 33.2% 상승한 414만 6,000원(수송아지 471만 4,000원)에 달했다. 한우정액 판매량은 2026년 1~2월 전년 대비 32.0% 증가해 번식의향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송아지가 출하 체중에 도달하려면 2년 이상 소요된다. 당장 하반기~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 국면은 이어진다.
수입 소고기는 미국·호주산 합산 월 3~4만 톤 수준이 꾸준히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산은 현지 공급 감소로 오퍼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호주산은 ASG(농산물세이프가드) 할당 물량(약 19만 톤)이 작년 9월 소진된 전례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도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안정이 수입 원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나, 오퍼가격 상승과 할당 한도가 이를 상쇄하는 구조다.
한돈: 상반기 강세 뒤 하반기 조정… "8~9월이 변곡점"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다른 궤적을 그린다. 2026년 상반기 도매가격(탕박 기준)은 전년 대비 약 +6.6% 강세를 보였다. 4월에는 전월 대비 18.1% 급등한 뒤 6월 23주차 기준 6,371원/kg를 기록했다.
그러나 KREI 농업관측센터(2026년 6월 6일 발표)는 하반기 전체 돈가를 전년 대비 3.9% 하락으로 전망했다. 월별로는 7월 5,900~6,100원, 8월 6,100~6,300원 수준을 예상하며, 연간 평균 전망치도 연초 5,500~5,700원에서 5,700~5,9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상반기 실적이 웃돌았지만, 2025년 하반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가 하반기 통계를 끌어내리는 구조다.
수급 측면에서 2026년 연간 도축 마릿수는 1,874만~1,922만 마리(전년 대비 +0.7~2.7%)로 소폭 증가에 그친다. 다만 하반기 증가폭(전년 대비 +2.0%)이 상반기(+0.9%)보다 크다. 생산량은 113만 2,000톤(전년 대비 +1.5%), 수입량은 45만 7,000톤(전년 대비 +1.6%)으로 전망된다.
수입 돼지고기에 눈길을 돌려야 할 이유가 있다.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5개월째 하락세이며, 냉동 삼겹살 수입가는 8,000원 중반/kg 수준으로 국내 한돈과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여름철 가격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1만 2,000톤에 할당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스페인은 ASF 재발병으로 일본 수출이 중단된 반면 한국향 물량이 증가했고, 캐나다는 냉장 삼겹살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 중이다.
한편 모돈 두수는 2026년 1분기 기준 96만 4,000두로 통계 집계 이래 최저다. 당장 하반기 출하에는 6~8개월의 생산 주기 때문에 제한적 영향이나, 2027년 상반기 이후 공급 감소로 이어질 구조적 신호다.
정육점 조달 전략: 소고기는 '일찍', 돼지고기는 '추석 타이밍'
정육점 운영자에게 하반기는 조달 시점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소고기 — 한우 도축 감소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송아지 가격 급등으로 비육 농가의 입식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거세우 도매가 2만 원대가 일상화하는 가운데, 리테일 할인 행사(농협·한우자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정육점 마진율 압박이 불가피하다. 수입산 조달은 환율 안정기(현재 1,470원대)를 활용하되, 호주산 ASG 소진 시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산은 관세가 0이 되었으나 현지 가격 상승으로 실질 혜택은 제한적이다.
돼지고기 — 8월 말~9월 초가 변곡점이다. 삼복(7월 중순~8월 중순) 수요 종료 후 추석(9월 29일) 수요로 전환되는 구간에서 가격 저점-고점이 형성된다. 추석 전 2~3주(9월 초~중순) 출하가 수요 피크와 맞물린다. 다만 수입 냉동 삼겹살 가격 경쟁력 강화와 할당관세 물량(1만 2,000톤) 단기 공급이 국내 한돈 가격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수입산과 국내산의 부위별 가격 차이를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정책·외부 변수 체크리스트
- 호르무즈+홍해 이중 위기: 브렌트유 88~90달러 고공 지속. 석유 매점매석 9/12 연장. 사료 수송비 상승 압력 유지.
- 환율: 1,470원대 안정은 수입 원가 절감 호재. 한은 기준금리 2.75%, 10월 인상 무게.
- 할당관세(돼지고기): 하반기 1만 2,000톤 물량 적용 예정. 단기 국내 돈가 하락 압력.
- ASG(호주산 소고기): 연간 약 19만 톤 한도. 작년 9월 12일 조기 소진 전례 → 올해 하반기 소진 시점 주의.
- 미국산 소고기 관세: 2026년부터 0% 적용. 단 현지 공급 감소로 오퍼가격 강세.
- ASF: 2026년 1~2월 강원·경남·전남·전북에서 산발 발생. 전북 574개 양돈농가 3단계 방역 점검(6~10월) 진행 중. 재확산 시 돈가 강세 시나리오.
- 사료곡물: 국제 옥수수 t당 178.7달러(+3.8%), 대두박 316.6달러(+8.8%) 상승.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사상 최대. 하반기 핵심 변수는 환율.
- 美 301조 브라질 관세: 25% 관세 첫 적용. 돼지고기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나 글로벌 육류 무역 재편 시사.
맺음말
2026년 하반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정반대 방향을 걷는다. 한우는 공급 축소로 2만 원대 가격이 일상화되며, 정육점은 마진 압박에 대응하는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한돈은 상반기 강세에서 하반기 조정으로 전환되나, ASF 재확산과 수입육 물량이 변수다.
거시 환경도 쉽지 않다. 환율 안정은 수입 원가 호재이나, 호르무즈·홍해 이중 위기로 유가가 고공행진하며 사료비 상승 압력이 잔존한다. 정육점 경영에서 '언제 사느냐'보다 '어떤 부위에, 어느 공급처에서 조달하느냐'가 하반기 생존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