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폐사, 전국은 작년의 4분의 1 수준…그런데 경북 돼지는 나흘 새 34% 늘었다
전국 숫자는 "작년보다 훨씬 낮다"고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로 2026년 7월 28일 오전 9시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전국에서 36만 5171마리다. 돼지가 2만 2838마리, 가금이 34만 2333마리다. 가축재해보험 피해조사 결과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는 잠정 집계다.
숫자만 보면 적지 않지만, 농식품부는 이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수준이라고 밝혔다. 예년보다 낮다는 뜻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같은 설명에서 폭염이 본격화된 시점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 피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림: 전국 폐사 구성(7/28 09시 잠정). 출처: 농식품부 보도자료(뉴스후플러스 보도), Butchers.kr
여기까지만 읽으면 올여름은 작년보다 나은 해로 보인다.
그런데 경북에서는 곡선이 이미 꺾여 올라갔다
경상북도 집계는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경북도에 따르면 2026년 들어 7월 27일까지 도내에서 폐사한 가축은 돼지 5400마리, 닭 6만 9883마리였다. 그런데 나흘 뒤인 7월 31일 기준으로는 돼지가 7243마리, 닭이 7만 4318마리가 됐다.
나흘 사이에 돼지는 1843마리가 늘어 34.1% 증가했고, 닭은 4435마리가 늘어 6.3% 증가했다. 같은 나흘 동안 돼지의 증가 속도가 닭의 다섯 배가 넘는다.
그림: 경북의 같은 나흘 증가율(돼지 vs 닭). 출처: 경상북도 집계(뉴시스 보도), Butchers.kr
이 수치는 경상북도 한 곳의 것이다. 앞서 나온 36만 5171마리는 전국 누계다. 두 숫자는 범위가 다르므로 나란히 놓고 증감을 계산하면 안 된다.
경북 안에서도 축종에 따라 그림이 갈린다. 같은 나흘 동안 돼지는 34.1%, 닭은 6.3% 늘었다. 이 두 값은 출처와 집계 기관, 기간이 모두 같아 그대로 견줄 수 있다. 지금 경북에서 속도가 붙은 쪽은 분명히 돼지다.
경북도는 지난해 도내 폐사량으로 돼지 16만 868마리, 닭 등 가금류 13만 2511마리를 함께 제시했다. 다만 이 값은 올해 수치와 나란히 놓고 비율을 계산할 수 없다. 원문이 작년 값의 사인을 폭염으로 한정하지 않았고, 연간 총계여서 7월 31일까지인 올해 누계와 기간 기준이 다르며, '닭 등 가금류'와 '닭'으로 축종 범위도 어긋난다. 작년 대비 어디까지 왔는지를 말하려면 같은 기준으로 집계된 값이 따로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경북 상황도 "안심"이나 "비상" 한 단어로는 요약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나흘이라는 짧은 구간에 돼지 폐사가 34% 늘었다는 사실이고, 그것이 전국 누계가 낮다는 사실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숫자가 모순이 아닌 이유: 폭염이 늦게 왔다
올해 누계가 낮은 데에는 확인된 이유가 있다. 위험이 구조적으로 줄어서가 아니라, 더위가 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2026년 6월 기후분석정보」를 보면 올해 6월 전국 평균기온은 22.2도로 평년보다 0.8도 높았지만, 작년 6월(22.9도)보다는 오히려 0.7도 낮았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0.6일로 작년(2.0일)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림: 6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2025년 vs 2026년). 출처: 기상청 6월 기후분석정보(돼지와사람 보도), Butchers.kr
돼지에게는 이 대목이 특히 중요하다. 돼지는 땀샘이 거의 없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낮 최고기온도 문제지만,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면 몸속에 열이 쌓이면서 폐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6월에 열대야가 없었다는 사실이 상반기 폐사 규모를 눌러 놓은 셈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가축 폐사 피해는 7월 하순부터 8월 초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 지금 경북에서 나타나는 급증은 낮게 유지되던 곡선이 계절적으로 꺾여 올라가는 국면의 지역 신호로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실제로 8월 2일 경남 양산에서는 낮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숫자를 읽을 때 반드시 확인할 세 가지
폭염 가축 폐사 수치는 유독 혼선이 많다. 서로 다른 숫자가 같은 사안을 두고 돌아다니는데, 대부분 틀려서가 아니라 범위가 달라서 생기는 차이다. 기사나 게시물에서 숫자를 볼 때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1. 전국인가, 한 개 시·도인가. 36만 5171마리는 전국, 7243마리는 경북 돼지다. 라벨을 떼고 나면 두 숫자는 아무 관계가 없다.
2. 어느 기관 집계인가. 농식품부 잠정 집계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취합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신고 기준 수치는 모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신고 기준으로는 2026년 7월 11일까지 전국 폐사가 2만 6547마리(돼지 671마리, 가금 2만 5876마리)로 집계됐다. 같은 여름을 두고 농식품부 계통과 신고 기준 계통을 한 표에 섞으면 실제와 다른 증가율이 만들어진다.
3. 어느 기간이고, 무엇 때문에 죽은 값인가. 경북의 16만 868마리는 2025년 한 해 폐사 총계이고, 7243마리는 2026년 7월 31일까지의 누계다. 기간이 다를 뿐 아니라, 작년 값은 원문이 사인을 폭염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기간과 사인이 다른 두 값의 비율을 같은 기준 비교인 것처럼 쓰면 안 된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여름을 두고 "작년의 4분의 1"과 "나흘 새 34% 급증"이 서로를 반박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둘 다 맞다.
고기를 사고파는 쪽에서 지금 볼 것
현재까지의 전국 폐사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을 밑돈다. 소비자 물가나 정육 매대에서 당장 체감되는 수급 충격으로 이어질 단계는 아니다. 계란값 흐름을 다룬 지난 기사와 수입란의 소비자가 영향에서 정리했듯, 여름철 가격은 폭염 하나가 아니라 질병·정책·수입 물량이 함께 움직인 결과인 경우가 많다.
다만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통계보다 앞서 있다. 방송 보도에 등장한 한 양계 농가는 폭염으로 병아리 500마리가 폐사해 사육 마릿수를 작년의 절반으로 줄였다고 했다. 한 젖소 농가는 소가 사료를 먹지 않으면서 유량이 30% 넘게 줄었다고 했다. 두 사례 모두 개별 농가의 상황이지 전국 평균은 아니지만, 폐사 마릿수로 잡히지 않는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폐사하지 않아도 증체가 늦어지고 산유량이 줄면, 그 영향은 몇 주 뒤 출하 물량으로 나타난다.
보상 문제도 남는다. 한 양계 농장주는 폭염 특보가 사흘 이상 이어져야 폭염 피해로 인정받는 구조여서 실제 피해 시점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농가 측 주장으로, 보험 약관과 인정 기준은 별도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리
- 전국 누계(농식품부, 7월 28일 오전 9시 기준)는 36만 5171마리로 작년 동기의 약 24% 수준이다
- 경북은 돼지 폐사가 7월 27일 5400마리에서 7월 31일 7243마리로 나흘 새 34.1% 늘었다. 경북 한 곳의 수치다
- 같은 경북 안에서도 축종이 갈린다. 같은 나흘 동안 돼지 34.1%, 닭 6.3%로 증가 속도가 다섯 배 넘게 벌어졌다. 작년 연간 폐사량과의 비교는 기간·사인 기준이 달라 쓰지 않았다
- 두 사실은 모순이 아니다. 올해는 6월에 열대야가 없어 출발이 늦었고, 폐사는 원래 7월 하순부터 8월 초에 몰린다
- 숫자를 볼 때는 범위(전국/시·도), 집계 기관, 기간과 사인(누계/연간·폭염/전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 지금 단계에서 매대 가격에 직접 오는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8월 초가 고비다
출처
- 뉴시스, 「'최강 폭염' 사람도, 가축·어류도 고통…사망에 폐사 급증」, 2026-08-01 (경북도 집계 인용), 2026년 8월 2일 원문 확인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01_0003732469
- 뉴스후플러스, 「농식품부, 축산농가 폭염 대응 점검…가축 폐사 36만마리」, 농식품부 보도자료 인용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수준 원문), 2026년 8월 2일 확인 https://www.newswhoplus.com/news/articleView.html?idxno=65800
- 이투데이, 「폭염에 가축 36만마리 폐사…정부, 예방비 41억 추가」, 2026년 8월 2일 확인 https://www.etoday.co.kr/news/view/2609143
- 돼지와사람, 「폭염 돼지 폐사 96.8% 급감...안도는 금물, 진짜 무더위 이제 시작」, 2026-07-12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농업정책보험금융원 신고 기준 및 기상청 2026년 6월 기후분석정보 인용), 2026년 8월 2일 확인 https://www.pigpeople.net/news/article.html?no=19581
- SBS, 「이미 36만 마리 폐사…온종일 더위와 '사투'」, 2026-08-01 (양계·젖소 농가 현장 인터뷰), 2026년 8월 2일 확인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685342
- 뉴시스, 「경남 양산 낮 한때 '42.5도'까지…기상 관측 사상 처음(종합)」, 2026-08-02 확인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02_0003733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