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식탁에 오는 날 — 식약처 세포배양가공식품 기준 마련의 의미
2026년 6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포배양가공식품'—쉽게 말해 배양육—의 기준과 규격을 담은 고시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도축하지 않고 만든 고기"가 한국 식탁에 오르기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육업과 축산업 종사자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신호입니다. 이번 행정예고가 왜 의미 있는지, 당장 식탁에 무엇이 바뀌는지를 차분히 풀어봅니다.
배양육은 무엇이 다른 고기인가
배양육(cultivated meat)은 살아있는 동물의 근육·지방 세포를 채취해 영양 배지에서 키워 만든 고기입니다. 도축 과정이 없고, 사육에 드는 사료와 땅, 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기술적 출발점입니다.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배양 버거'를 공개한 뒤, 2020년 싱가포르가 세계 처음으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고, 2023년에는 미국이 일부 제품의 판매를 허가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처럼 배양육을 아예 금지하는 나라도 있어, 각국의 규제 방향은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제정 착수"에서 "행정예고 완료"로 — 규제의 의미
한국에서 배양육은 그동안 "안전 기준이 없어 허가를 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식약처가 세포배양가공식품의 기준·규격 '제정을 준비'한다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6/30 행정예고는 그 기준안을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입니다. 즉, "규제의 문을 열었다"는 뜻입니다.
행정예고가 곧 판매 허가는 아닙니다.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고시되고, 개별 제품이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 자체가 존재하게 됐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기업은 "무엇을 지켜야 허가를 받는다"는 가이드를 처음으로 갖게 됐습니다. 식약처는 이번에 옥수수의 곰팡이 독소인 제랄레논(zearalenone) 기준 합리화도 함께 예고하며, 식품 안전 기준을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흐름 속에서 배양육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정육업계에 던지는 질문
정육점과 축산업 종사자에게 배양육은 양날의 신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대체재 위협"보다 소비자 인식이 먼저 다가옵니다. 배양육이 시장에 나와도 가격이 높고 생산량이 적어 당분간 전통 축산물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햄·소시지 등 가공식품 영역에서 배양육 원료가 섞여 들 경우, "이 고기가 도축육인지 배양육인지"를 소비자가 묻고, 표시 기준을 확인하는 일이 업계의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준 마련을 "위협"이 아니라 "규칙이 정해지는 시작"으로 읽고 동향을 추적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소비자 식탁, 아직은 "내일" 이야기
결론적으로, 당장 내일 식탁에 배양육 삼겹살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행정예고(7월) → 의견 수렴·최종 고시 → 개별 제품 안전성 심사 → 허가 → 출시까지 여러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가격과 맛, 대량 생산 기술도 여전히 과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한국도 드디어 "배양육을 어떻게 안전하게 식탁에 올릴 것인가"를 법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육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6/30 행정예고는 "당장의 변화"가 아니라 "출발선"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출발선이 그어진 이상, 앞으로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입니다.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세포배양가공식품(배양육) 기준·규격 행정예고(2026. 6. 30)
- butchers.kr 업계동향 리서치(2026-07-04) 자료 기반
- 글로벌 배경: 싱가포르 식품청(SFA) 배양육 판매승인(2020), 미국 FDA·USDA 판매허가(2023) — 각국 공식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