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제1종'인 이유 — 가축전염병 분류가 정하는 신고·살처분·보상
예천 구제역 재발 보도를 읽다 보면 낯선 단어가 반복된다. 항원 양성 32두, 선별 처분, 긴급 백신 접종 43만 5천여 마리, 반경 3㎞ 이동제한(재발 경과 정리). 이 조치들은 행정기관의 임기응변이 아니라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미리 정해 둔 도구들이다. 어떤 병이냐에 따라 쓸 수 있는 도구가 달라지고, 의무와 보상도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그 분류 체계를 조문 단위로 짚는다.
3문장 요약
-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조는 가축전염병을 제1종·제2종·제3종으로 나눈다.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럼피스킨병은 모두 제1종이다.
- 살처분을 명하여야 하는 병은 법 제20조 제1항을 시행하는 시행규칙 제23조가 열거한다. 제1종 8개와 함께 브루셀라병·결핵병·소해면상뇌증·광견병 등 제2종 8개도 이 목록에 들어 있다. 신고 의무는 농장주 외에 수의사, 사료·동물약품 판매자, 가축운송업자까지 진다(제11조).
- 살처분 보상금은 방역 기준 미준수 시 평가액의 5~80% 감액 대상이고(2025년 5월 시행령 개정), 발생 농장 정보는 법 제3조의2에 따라 공개 의무 대상이다.
가축전염병을 세 종으로 나눈다
법 제2조는 가축전염병을 제1종·제2종·제3종으로 나눈다. 목록을 들여다보면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처럼 전염력이 강하고 파급이 큰 병이 제1종에 모여 있다.
| 구분 | 대표 질병 |
|---|---|
| 제1종 |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럼피스킨병, 뉴캣슬병, 돼지열병 등 |
| 제2종 | 탄저, 브루셀라병, 결핵병, 소해면상뇌증(BSE), 돼지오제스키병, 가금티푸스, 광견병 등 |
| 제3종 | 소유행열,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닭마이코플라스마병 등 |
올해 언론에 오른 병 — 구제역(전국 11건 집계, 9/3 기준), 럼피스킨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 이 모두 제1종이다. 제1종이라는 분류는 살처분·이동제한 같은 가장 강한 방역 조치와 직결되는 자리다. 다만 살처분이 제1종만의 도구는 아니다. 법 제20조 제1항이 기본 대상을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두는 동시에, 이를 시행하는 시행규칙 제23조는 브루셀라병·결핵병·소해면상뇌증·광견병 등 제2종 병도 살처분 명령 대상으로 함께 열거한다. 어느 병이 살처분 명령으로 이어지는지를 정하는 것은 분류 등급이 아니라 시행규칙의 목록이다.
신고는 농장주만의 의무가 아니다
제11조는 '죽거나 병든 가축의 신고'를 여러 주체에 동시에 부과한다. 신고 대상은 ① 병명이 분명하지 않은 질병으로 죽은 가축, ② 전염성 질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 만한 검사 결과나 임상 증상이 있는 가축이다.
누가 신고하나. 가축의 소유자는 물론이고, 사육 계약을 맺은 축산계열화사업자, 진단·검안한 수의사, 조사·연구한 연구책임자, 그리고 농장을 방문한 동물약품·사료 판매자까지다.
유통·운송 종사자에게 주목할 대목은 제3항이다. 철도·선박·자동차·항공기로 가축을 운송하는 가축운송업자는 운송 중인 가축이 신고 대상에 해당하면 지체 없이 출발지 또는 도착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처는 국립가축방역기관장, 관할 시장·군수·구청장, 시·도 가축방역기관장이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확인되면 질병관리청장에게 즉시 통보되는 체계도 같은 조문에 있다.
살처분과 도태 — 병에 따라 다른 두 개의 출구
법 제20조 제1항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군수·구청장이 살처분을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살처분을 명하여야 하는 병은 이를 시행하는 시행규칙 제23조 제1항이 열거한다. 제1종에서는 우역·우폐역·구제역·럼피스킨병·아프리카돼지열병·돼지열병·뉴캣슬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8개, 제2종에서는 브루셀라병·결핵병·소해면상뇌증(BSE)·돼지오제스키병·돼지인플루엔자(H5·H7 혈청형만)·광견병·사슴만성소모성질병·스크래피(양해면상뇌증) 8개다.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하다고 인정하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제1종 또는 제2종 병을 추가로 정할 수도 있다. 한우·낙농 현장에서 브루셀라병·결핵병 양성우에 살처분이 내려오는 근거가 바로 이 목록이다. 병성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살처분이 연기될 수 있는데, 시행규칙은 브루셀라병과 결핵병(소)은 70일, 그 밖의 병은 7일을 상한으로 정한다.
살처분의 반경을 넓힌 것이 2025년 7월 22일 공포(법률 제20998호)·2026년 1월 23일 시행된 개정이다. 이 개정으로 신설된 제20조 제2항은 우역·우폐역·구제역·돼지열병·아프리카돼지열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 만한 가축이나 특정매개체가 있거나 있었던 장소를 중심으로, 그 병이 퍼지거나 퍼질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의 가축까지 지체 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게 했다. 선제 광역 살처분의 근거다. 이 6개 병이 모두 제1종이라는 점은 분류와 도구의 관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소유자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소유자를 알 수 없을 때, 긴급히 살처분해야 할 때는 가축방역관이 직접 살처분하게 한다(제3항). 제4항은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개·고양이가 건물 밖을 배회하는 경우 억류·살처분 등의 조치를 허용하는데, 광견병은 제2종이다. 살처분이 제1종의 전유물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항이다.
살처분과 짝을 이루는 것이 제21조의 도태다. 살처분된 가축과 함께 사육되다 격리·이동제한된 가축에 대해서는 도태를 목적으로 도축장 등에 출하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한 때에는 출하를 '명령'할 수도 있다.
이번 예천 사례에서 이 수단들이 실제로 조합해 쓰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과 예천군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NSP(비구조단백질) 감염항체가 검출돼 관리되던 감천면 한우 농가 2곳(사육 126두)에 대한 예찰 검사에서 항원 양성 32두가 확인돼 확진됐고, 양성 개체는 선별 처분됐다(전두수 살처분이 아니다). 동거축과 인접 지역에는 9/4부터 긴급 백신 접종(예천 11만 7,253마리 + 인접 6개 시·군 31만 8,489마리, 합계 약 43만 5천여 마리)이 이뤄졌고 발생 농장 반경 3㎞에 이동제한이 내려졌다.
보상금은 받는 것만이 아니다 — 감액되는 조건
살처분·도태는 재산권의 강한 제한이므로 법은 보상을 붙인다. 제48조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네 가지다. ① 사육제한 명령으로 폐업 등 손실을 입은 자, ② 법에 따른 검사·주사·약물목욕 등으로 죽거나 다친 가축의 소유자, ③ 살처분된 가축의 소유자, ④ 명령에 따라 도태한 가축의 소유자. 축산계열화사업자가 소유자인 경우에는 계약사육농가와의 협의에 따라 보상금을 배분하고, 협의가 안 되면 가축전염병피해보상협의회가 배분 비율을 조정한다.
보상에는 조건이 붙는다. 농식품부가 2025년 5월 27일 시행령 개정과 함께 밝힌 지급 기준에 따르면, 가축전염병 발생이나 방역 기준 미준수 시 살처분 보상금은 전체 평가액의 5~80%까지 감액된다. 같은 개정에서 럼피스킨병은 백신 접종과 매개체 곤충 방제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발생 농장 보상금의 20% 감액 근거가 신설됐고, 반대로 최근 1년간 고병원성 AI 발생이 없고 방역 기준에 부합하는 산란계 농장은 감액을 10% 경감받을 수 있게 됐다. 감액 대상 질병은 구제역·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아프리카돼지열병·돼지열병·브루셀라병(소)·뉴캣슬병·결핵병(사슴), 여기에 럼피스킨병이 더해진다. 농식품부가 이 개정의 취지로 내세운 것은 "축산 농가의 부담 완화"와 "가축 방역 의식 제고"의 두 축이다. 지급 절차의 세부 기준은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25-81호, 2025년 7월 25일 시행)에 있다.
발생 농장 정보가 공개되는 이유
위기경보나 살처분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방역의 축은 정보공개다. 법 제3조의2는 가축전염병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 일시·장소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한다. 시행령 제2조의2는 공개 대상 농장을 소·면양·염소·돼지·닭·사슴·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정하고, 공개 대상 병은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럼피스킨병·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14개 병을 명시하고 장관 고시로 추가할 수 있게 열거한다. 럼피스킨병은 2024년 9월 10일 시행령 개정으로 이 목록에 올랐다. 축산물을 매입·운반하는 사업자라면 발생 정보를 발주·경로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이 공개 체계(농식품부·검역본부·시도 가축방역기관 홈페이지)를 확인 루틴에 넣는 것이 실무상 의미가 있다.
실무 체크리스트
- 농가: 병명 불명 폐사축과 의심 증상은 지체 없이 신고(제11조). 살처분 명령은 시행규칙 제23조가 열거한 제1종·제2종 병에 내려온다 — 브루셀라병·결핵병 양성우도 예외가 아니다(병성감정이 필요하면 70일까지 살처분 연기 가능). 방역 기준 미준수는 보상금 감액(5~80%)으로 직결 — 전실·소독설비 등 시설 기준 점검
- 계열화사업자: 발생 시 계약농가와의 보상금 배분 협의 주체가 됨(제48조) — 계약서의 방역·보상 조항 사전 정비
- 가축운송·유통: 운송 중 이상 가축 발견 시 출발지·도착지 관할 시군구청장 신고 의무(제11조 제3항). 발생 농장 정보공개 자료의 확인 루틴화
- 가공·판매: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 병이다. 방역 조치는 축산 기반 보호를 위한 것이지 해당 축산물 자체의 식품 안전 경보와는 다른 층위라는 점을 소비자 안내에도 정확히 담을 것. 고병원성 AI는 드물게 사람 감염 사례가 보고된 병으로 구분된다
분류(제2조)와 시행규칙의 병 목록이 도구를 정하고, 신고(제11조)가 속도를 정하고, 살처분·도태(제20·21조)와 보상(제48조)이 부담을 분배한다. 뉴스의 문구 뒤에 있는 이 설계를 알아두면, 다음 방역 뉴스가 자기 사업장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훨씬 빨리 읽힌다.
출처
-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조(정의)·제3조의2(정보공개)·제11조(신고)·제20조(살처분 명령. 2025. 7. 22. 공포 법률 제20998호·2026. 1. 23. 시행본 기준)·제21조(도태)·제48조(보상금) —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원문 대조(2026-09-08 현행): https://www.law.go.kr/법령/가축전염병예방법
-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제23조(살처분 명령 등 — 살처분 대상 제1종·제2종 열거, 살처분 연기 기간. 2026. 4. 23. 공포 농림축산식품부령 제766호·2026. 7. 24. 시행본 기준): https://www.law.go.kr/법령/가축전염병예방법시행규칙
-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제2조의2(정보공개 대상 농장·가축전염병 목록, 2024. 9. 10. 개정 포함): https://www.law.go.kr/법령/가축전염병예방법시행령
-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민생 안정을 위한 가축 살처분 보상금 등 지급 기준 개선」 (2025. 5. 27. 공포·시행):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3NDI3MiUyRmFydGNsVmlldy5kbyUzRnJnc0JnbmRlU3RyJTNEJTI2aXNWaWV3TWluZSUzRGZhbHNlJTI2cmdzRW5kZGVTdHIlM0QlMjZiYnNPcGVuV3JkU2VxJTNEJTI2cGFnZSUzRDElMjZyb3clM0QxMCUyNnBhc3N3b3JkJTNEJTI2YmJzQ2xTZXElM0QlMjZzcmNoQ29sdW1uJTNEJTI2c3JjaFdyZCUzRCUyNg==
-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 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25-81호 (2025. 7. 25. 시행): https://www.law.go.kr/admRulLsInfoP.do?admRulSeq=2100000262322
- 예천 재발 사실관계(항원 양성 32두·사육 126두·선별 처분·긴급 접종 약 43만 5천여 마리·올해 전국 11건)는 본지 2026-09-07 보도에서 검증한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9/3) 및 예천군·경북도 보도자료(9/3~9/4) 계열 수치 재사용: https://butchers.kr/blog/fmd-yecheon-recurrence-2026/
관련 기사
- 겨울철 특별방역 10월 개시 — 차량 통제 280곳·산란계 사전등록·도축장 혈액검사, 현장이 준비할 5가지 — 9/16 발표된 '26/'27 겨울철 특별방역대책의 계절 세부 실행 수칙을 짚은 후속 글.